알고 있습니다. <왕과 사는 남자>를 관람하신 많은 분들께서 뗏목 신 스틸을 원하고 계신다는 것. 저도 압니다. 그런데 그건 홍보 일꾼 하드에 없더라고요. (허무하시겠지만 사실임.) 관객 여러분이 물에 빠진 이홍위의 모습을 **‘저장’**해 언제든 꺼내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 너무나 이해합니다. 홍보 일꾼도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하거든요.
영화의 초입, 이홍위는 고문 받는 충신들이 내뱉는 괴로운 외침 속 깊은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며 수라를 물립니다. 삶의 의지조차 잃은 그의 눈에는 공허함과 절망뿐이죠. 서슬퍼런 한명회의 시선 아래, **“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”**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이홍위의 목소리는 스크린 밖 관객들의 마음까지 아리게 합니다.
17세의 어린 선왕 이홍위는 숙부로부터 왕위를 빼앗긴 뒤 멀고 먼 유배길을 떠납니다. 목적지는 “오소리도 길을 잃고 너구리도 환장해 졸도하는 오지의 섬, 육지 안의 섬, 청령포”. 강원도 영월의 산골 마을 광천골, 그 안에서도 산과 강으로 고립된 청령포에 이홍위의 배소가 마련됩니다. 깎아 지른 듯 위엄이 느껴지는 육육봉과 청명하게 흐르는 동강으로 둘러싸인 공간입니다. 처절한 고독의 정서를 담은 이 공간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점은 역설적이죠.
https://drive.google.com/file/d/1YHM6SErxgJIL_Z8HQZopX663KGmMG_LS/view?usp=drive_link
‘육지 안의 섬’이라는 엄흥도의 설명처럼, 청령포 배소에 당도하기 위해선 강을 건널 뗏목이 필요합니다. 영화를 본 관객들은 ‘강을 건너는’ 이 행위의 의미가 단지 유배자의 도하에 지나지 않음을 압니다. 바위에 걸린 뗏목이 물 위에서 덜컹거리자, 광천골 사람들은 밧줄을 더 세게 잡아 당깁니다. 그 힘에 뗏목은 결결이 부서지고, 뗏목 위 가마 안에 있던 이홍위와 그를 보필하던 매화, 금부도사 왕방연 그리고 보수주인 엄흥도는 그만 모두 물에 빠지고 맙니다. 유배길, 일평생 겪은 적 없는 고초와 치욕을 겪고 있는 선왕에게 이 순간은 어쩌면 최종적인 붕괴로 다가왔을 겁니다.
이제 그는 ‘강을 건너다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사람’, 그러니까 불가침의 권위 같은 건 없는 한 인간의 자리로 내려왔습니다. 이홍위는 온 몸이 물에 젖어 강바닥을 밟고 서 있는 자신의 신체로 그 변화를 피로하게 자각합니다. 상투를 틀어 올렸던 머리카락은 진작에 엉망이었지만 이제 그마저 젖어버린 때에, 감은 눈과 미세하게 흔들리는 머리는 차라리 자포자기의 심정을 보여줍니다.
https://drive.google.com/file/d/1juyVVGeRo5jN6VkfoTQsMkkb5ckn16v_/view?usp=drive_link
…스틸도 없다면서 뭘 그렇게 떠드냐고요? 곧 우리 모두의 깊생을 멈춰줄 귀여운 사진을 보여드릴 거거든요. 원하시는 그 장면은 극장에서 다시 보실 수 있지만, 이 사진은 어디서도 보실 수 없으므로! 뭐라도 드리고 싶은 홍보 일꾼의 마음을 알아주실 것이라 믿습니다…
https://drive.google.com/file/d/1JHOwzwlN5cueyaHsEDFp_1noW5kSpUIS/view?usp=drive_link
이 사진은 <왕과 사는 남자> 무대인사의 진행자로 맹활약 중이신 박윤호 프로듀서의 휴대폰 사진첩을 털어 발견했어요. 홍위가 뗏목의 장대를 잡고 있습니다. 이미 만나 보신 비하인드 스틸에서와는 또 다른 오붓함이 느껴지지 않나요? 가마 안을 자세히 보시면, 힙한 선글라스를 쓴 흥도가 여유롭게 앉아 있습니다. 프로듀서님의 설명을 들으니 두 배우가 뗏목 신 촬영 셋업을 변경하던 중 휴식을 취할 때 이런 재밌는 광경을 연출했던 것 같아요. (오후 4시 51분에 찍은 사진이라고 알려주신 피디님의 디테일…) 저희끼린 ‘하극상 스틸’이라고 부른답니다. 재미로 뗏목 놀이를 하고 있다기엔 박지훈 배우의 표정이 사뭇 진지한데요, 잠시 장대를 저으며 흥도의 마음을 떠올리고 있었을까요?
https://drive.google.com/file/d/1Ww7J1Ga7D2dpE_WlOQ0m4mn9uq8Ffn7z/view?usp=drive_link
박윤호 프로듀서는 수중 촬영이 동반된 이 뗏목 신을 위해 전문가들과 철저한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고도 설명했어요. 배정윤 미술감독팀의 오픈세트 아트웍 파일을 보니, 안전을 최우선시한 철두철미 프로덕션 과정이 더욱 와 닿습니다. 실제 배우들이 강을 건너야 하고, 또 빠지는 연기를 해야 해서 그에 맞는 세팅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안전 체크가 필수적이었죠.